최근 정부가 야외 노동자들은 혹서 시간대에 일하지 말도록 했지만, 이런 권고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.
바로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입니다.
가림막도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종일 일 하고 에어컨은커녕 창문 하나 없는 숙소에 머물며 건강을 위협받아도 고용주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처지입니다.
이준엽 기자가 중점 취재했습니다.
[기자]
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 일주일째, 경기 포천시 채소농장.
오후 4시쯤, 40도에 육박하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애호박 줄기 정리 작업이 한창입니다.
볕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라 천장에 가림막 하나 덮을 수 없습니다.
지금은 정부가 폭염 경보가 내려졌을 때는 옥외 작업을 하지 말라고 권고한 시간대인데요.
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비닐하우스에서는 제대로 된 휴식시간 없이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.
축구장 7개 너비 농장에 일꾼은 네댓 명.
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합니다.
[짱 (가명) / 베트남인 이주노동자 : 지금은 괜찮아요. 점심때 너무 힘들어요. 저것(비닐하우스) 때문에 더 힘들어요. 땀이 많이 나와.]
하지만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농장주는 노동 환경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합니다.
[농장주 : 우리가 불법을 저지르는 게 아닌데. (이주노동자들이) 왜 일 잘하는 데 와서 찍느냐고. 여기는 환경이 그나마 좋은 거야.]
비닐하우스 안 컨테이너, 재래식 화장실이 있는 기숙사는 월세 17만 원,
창문과 에어컨 하나 없는 이 기숙사는 월세 20만 원짜리, 모두 이주노동자들이 지내는 곳입니다.
저녁에도 내부 온도가 37도에 달하는데 캄보디아인 노동자 썸밧(가명) 씨도 이런 곳에 삽니다.
[썸밧 (가명) / 캄보디아인 이주노동자 : 더워요. 밤에 숙소 너무 더워요. (농장주에게 힘들다고) 감히 말하지 못해요.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.]
이주노동자를 옥죄는 건 '고용허가제'.
비자 연장부터 일터를 옮기는 것까지 농장주 '사인' 없이는 불가능합니다.
[김달성 / 목사·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: 끓는 날에, 오후 내내, 쉬는 시간 10분도 안 주고, 계속 일을 시키고 강요하는 것은 저는 살인행위라고 생각합니다.]
고용허가제를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'노동허가제'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지만, 농민들의 강한 반발에 정부는 소극적 대응... (중략)
YTN 이준엽 (leejy@ytn.co.kr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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